미국 정부가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을 대상으로 불공정 관행과 환율조작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시간) 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베트남의 목재 거래, 환율조작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E. Lighthizer) USTR 대표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노동자, 기업, 농민, 목장주 등에게 피해를 입히는 불공정 무역관행에 맞서는데 헌신하고 있다”면서 “조사결과를 신중하게 검토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USTR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베트남의 무역행위, 정책 및 관행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또, 베트남의 통화가치 평가절하 여부 및 환율 문제와 관련해 미 재무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USTR은 “다음주 조사와 관련해 추가적인 세부사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면서 값싼 베트남산 제품 수입이 늘어나자 불만이 커졌다. 지난해 미국의 대베트남 무역적자는 약 560억 달러로 2018년에 비해 40%가량 확대했으며, 국가별로는 중국과 멕시코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크다.
앞서 미 재무부와 상무부는 지난 8월 베트남이 환율조작을 하고 있다고 판정한 바 있어 USTR이 베트남에 대한 보복관세를 적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베트남이 중앙은행 등을 통해 달러를 매입, 베트남의 실질 실효환율을 3.5~4.8%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미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 미 행정부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다음으로 베트남을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 지 오래된 상태다. 이 경우 중국을 떠나 베트남에 새로운 글로벌 전진기지를 세운 한국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이 환율을 조작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미국은 슈퍼301조를 동원해 막대한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다.
1974년 제정된 미국 무역법 301조는 무역협정 위반이나 통상에 부담을 주는 차별적 행위 등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광범위한 영역에서 보복 조치를 강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이 조항에 따라 단독으로 과세나 다른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2018년 7월 이후 매년 3700억달러(432조원)에 달하는 중국 수입품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 후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한 1월 중순 관찰대상국으로 하향 조정됐다. 베트남은 한국·일본·독일·아일랜드·말레이시아·싱가포르·스위스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