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옌타이에 위치한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이 설립 26년 만에 굴착기 누적생산 20만대를 돌파하고 지난해 10월 30일 생산기념식을 열었다. (사진=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주식매매대금 관련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함에 따라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동반매도청구권 등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어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4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등 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매매대금 100억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법원은 1심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는 FI들의 손을 들어줬었다. 만약 두산인프라코어가 패소했다면 FI로부터 지분을 되사야 했는데, 소송가액과 이자를 포함해 1조원 규모의 우발 채무가 발생할 수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11년 DICC를 3년 안에 상장하겠다며 FI들에게 중국법인 20%를 3800억원에 팔았다. 대신 상장에 실패할 것을 대비, 미래에셋프라이빗에쿼티(PE), IMM PE, 하나금융투자 PE 등 FI가 인프라코어가 보유중인 지분 80%를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DragAlong·드래그얼롱)도 단서조항에 포함했다.

드래그얼롱은 소수 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때 대주주의 지분까지 함께 팔도록 요구하는 권리를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드래그얼롱은 투자금 회수를 담보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2014년 DICC는 기업공개(IPO)에 실패했고 투자자들이 시도한 지분 매각도 무산됐다. 그러자 FI들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매매대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본사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매각의 걸림돌로 여겨졌던 우발채무 부담이 해소됨에 따라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두산은 이달 말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인프라코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달 31일까지 본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4월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채권단에 3조6000억원을 지원받은 이후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두산그룹은 계열사 및 자산 처분을 통해 재원확보를 추진해왔다. 지난달 초 두산중공업은 이사회를 열고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클럽모우CC 1850억원, 네오플럭스 730억원, (주) 두산 모트롤BG 4530억원, 두산타워 8000억원, 두산솔루스 6986억원 등을 매각하며 약 2조2000억원을 재원으로 확보했다. 박 회장 등 ㈜두산 대주주들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보유중인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했다.

두산그룹은 이 자금을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 참여와 차입금 상환에 쓸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8000억으로 평가받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완료되면 두산그룹의 자구안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두산이 최종 승소하더라도 안심하기에 이르다고 말한다. 대법원이 두산이 실사 협조 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승소하더라도 FI의 동반매도청구권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만약 권리를 행사하면 DICC는 언제든 제3자에게 매각될 수 있다. 이 경우 두산이 인프라코어의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FI들이 갖고 있는 지분 20%를 되사와야 해 추가적인 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

두산그룹은 재판 진행여부과 별개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두산 관계자는 “이후 매각과 관련한 절차는 차질 없이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