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광복절 기념 가석방···재계 "사면 필요"
법무부 심사위 안건으로 올라
반도체 위기 극복·백신 확보 해결 위해 사면 절실
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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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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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기념 가석방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총수 부재로 미뤄졌던 대규모 투자에 속도가 날 전망이다. 재계에선 가석방을 넘어 특별사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들은 가석방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9일 오후 법무부는 가석방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를 열고 이 부회장을 포함한 810명에 대한 8·15 광복절 기념 가석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사회의 감정·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고 지난달 말로 형기 중 60%를 채워 가석방 대상자에 포함됐다.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오전 출소 예정이다.
가석방되더라도 이 부회장이 당장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이 제한된 상태여서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선 법무부 특정경제사범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부회장의 다른 재판 2건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삼성물산 합병 의혹 등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재판을 받고 있다. 프로포폴 투약 혐의 재판도 이달 19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재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논평을 통해 "기업의 변화와 결정 속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으로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허용해 준 점을 환영한다"며, 이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계기로 반도체 등 전략산업 선점 경쟁에서 초격차 유지와 미래 차세대 전략산업 진출 등의 국가 경제 발전에 힘써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 방식으로 기업경영에 복귀하게 된 점은 아쉽다"며 "향후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 및 글로벌 생산현장 방문 등 경영활동 관련 규제를 관계부처가 유연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부언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특별사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경제 5단체가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고,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에 초청된 4대 그룹 회장들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했다. 가석방의 경우 경제사범에 적용되는 취업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재계의 목소리는 미·중 반도체 패권다툼으로 요동치는 글로벌 산업 지형에서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에 나서 'K-반도체'의 위상을 흔들림 없이 지켜달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이 부회장 부재로 중요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머뭇거리고 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불거지자 미국, 유럽 등은 앞다퉈 반도체 공급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고 하고 있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에 공장 6개를 짓기로 하는 등 격차 벌리기에 나섰고, 인텔은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에 나서며 파운드리 시장 판도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편,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총수 구속과 그룹 경영, 산업 경쟁력 강화, 투자 등 국가 경제 성장은 무관하다는 건 역대 총수 구속 선례에서도 검증됐다”면서 “유전무죄, 정경유착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은 정의롭지 못한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며 사법정의에 대한 사망선고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박범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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